칼럼 찻잔에서 시작되는 봉사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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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6-10-07 1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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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아트포커스-박준섭 편집장
차를 즐기며 차단체 활동을 해 온 세월이 오래되었다. 돌아보면 차를 통해 얻은 것이 참 많다. 좋은 사람을 만났고, 전통의 아름다움을 배웠으며, 어려운 시절에는 함께 마시는 차 한 잔에서 위로를 얻었다. 그렇게 받은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이 따뜻함을 누구에게 얼마나 돌려주었는가.
차는 혼자 마셔도 좋지만 함께 나눌 때 더욱 깊어진다. 물을 끓이고 찻잔을 준비하며 상대의 잔이 비었는지 살피는 동안 우리의 시선은 자신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 간다. 봉사의 마음도 이러한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의 불편을 알아차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기꺼이 움직이는 마음 말이다.
차인들 가운데는 오랜 노력으로 경제적 안정을 이루고 사회의 여러 자리에서 역할을 해 온 분들이 있다. 그 성취는 존중받아야 한다. 동시에 자신이 누린 기회와 도움을 돌아보고 공동체에 힘을 보탠다면, 그 삶은 더욱 깊은 의미를 갖게 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도 우리의 생활 속에서는 이렇게 가까이 실천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봉사를 큰돈이나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단체의 일을 하다 보면 작은 손길 하나가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된다. 일찍 나와 자리를 정돈하는 사람,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 주는 사람, 뒤에 남아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 힘들어하는 회원에게 먼저 안부를 묻는 사람. 이들의 수고가 모여 우리가 함께 누리는 시간을 만든다.
얼마 전 필자는 함께 활동하는 단체 회원들과 버스 두 대에 나누어 타고 국회의사당 경내 대한민국헌정회 옆 잔디광장에서 열린 차문화 행사에 참석했다. 먼 길을 오가는 일정이었지만 회원들과 차문화를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 하루를 돌아보니 행사장의 풍경과 함께 준비를 위해 애쓴 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행사 때마다 기꺼이 후원하는 분들이 있다. 필요한 물품을 마련하고 비용을 보태며, 회원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마음을 쓰는 분들이다. 그 후원을 단순히 여유가 있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자신의 돈과 시간을 쓸 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동체를 위해 내어놓는 데에는 소속된 단체를 아끼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다.
이번 행사에서도 봉사와 후원으로 힘을 보태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후원의 액수가 크든 작든, 맡은 일이 눈에 띄든 그렇지 않든 그 정성은 모두 귀했다. 여러분이 내어놓은 마음 덕분에 회원들은 함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러한 나눔이 몇몇 분의 수고로만 남지 않았으면 한다. 늘 애쓰는 분들에게 감사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음에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형편이 되는 만큼 비용을 보태고,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준비를 돕고, 경험이 있다면 처음 참여하는 사람을 안내할 수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나누면 한 사람의 부담은 줄고 함께하는 보람은 커진다.
차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도 이러한 참여에서 힘을 얻는다. 우리가 배운 차의 예절과 지혜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 이웃에게 차 한 잔의 여유를 나누며,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세계와 함께 누리도록 하는 일에는 차인들의 꾸준한 손길이 필요하다. 전통을 사랑하는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 문화는 살아 있는 힘을 갖는다.
오랜 차생활 끝에 남는 것은 마신 차의 이름이나 참석한 행사의 숫자만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찻잔, 어려운 일을 함께 감당한 기억,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내어놓은 시간이 우리의 삶을 말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