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슬픔을 나누고, 온기를 더하는 축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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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5-04-01 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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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아트포커스)
잇따른 산불로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들이 깊은 상심에 빠져 있습니다. 한순간에 무너진 일상, 타들어간 마음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 안타까움과 무력감에 젖게 됩니다. 이러한 비극 앞에서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정된 축제나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습니다. 아픔을 함께 나누겠다는 뜻에서 나온 결정임을 이해하지만, 과연 그것만이 최선일까요?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고통의 터널을 지나오며 배운 것이 있습니다. 사회는 멈추면 함께 무너진다는 것. 단절은 경제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도 병들게 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건강한 사회는 경제가 순환하고, 문화가 숨 쉬며, 사람들이 함께 어깨를 맞댈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축제를 접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공감과 연대의 장’으로 바꾸는 일 아닐까요? 예정된 축제를 그대로 진행하되, 그 속에 위로의 마음을 담는 것입니다. 행사장 곳곳에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한 성금 모금함을 설치하고, 지역 예술인들의 무대에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실어보는 겁니다. 음악과 웃음 속에서도 슬픔을 잊지 않고, 손 내밀 수 있는 여유와 따뜻함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연대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위로일 것입니다.
행사를 취소하면 또 다른 이들이 생계를 걱정해야 합니다. 출연자, 상인,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축제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 수많은 주민들이 있습니다. 축제는 단지 즐거움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공동체를 다시 일으키는 힘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조용한 애도’만이 아니라, ‘따뜻한 실천’입니다. 슬픔을 나누되, 삶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살아가는 길, 그 시작이 바로 사람을 위한 축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울산아트포커스 이용길 보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