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갑윤 한국차인연합회 회장의 첫 걸음, 울산이 지닌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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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5-03-21 1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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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준섭] 정갑윤 한국차인연합회 회장의 첫 걸음, 울산이 지닌 의미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은 단순한 일정이 아니다. 그 첫걸음이 어디를 향하는지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성과 가치가 엿보이기 마련이다. 한국차인연합회 정갑윤 회장이 그 첫 발걸음을 울산으로 정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울산은 오래전부터 차(茶)의 고장이었다. 조선 세종실록지리지에 ‘울산에서 조정에 작설차를 바쳤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다전동(茶田洞)이라는 지명은 울산의 차 역사가 단순한 구전이 아니라 생활 속에 녹아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잊힌 줄 알았던 전통과 정신이 아직도 숨 쉬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울산 방문은 바로 그 ‘전통의 숨결’을 다시 일깨우는 행보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울산 생태공원과 권차비(勸茶碑)를 찾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권차비가 울산차인연합회 제13대 김영애 회장 재임 시 건립된 것이란 사실이다. 김 회장과 울산차인들의 열정과 뜻이 모여 세워진 권차비는 차 문화를 후세에 전하고, 차의 정신을 기리며, 울산이 한국 차 문화의 한 축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귀한 문화유산이다.
권차비는 단순히 차를 권한다 는 의미를 넘어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삶 속에서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갈고닦는 차의 정신 을 담고 있다. 정갑윤 회장은 바로 이 가치를 잘 알고 있기에, 첫 공식 일정지로 울산을 택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그의 곁에는 늘 학구적 내공을 지닌 동반자가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의 부인 박외숙은 울산차인연합회 고문으로서 오랜 시간 박재희 교수와 함께 고전 속 지혜를 탐구해온 학인(學人)이다. 이 부부가 함께 그리는 차 문화 는 단순한 취미나 모임의 차원을 넘어, 한국의 전통과 철학을 현대에 맞게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깊은 고민이 깔려 있다.
정갑윤 회장의 이번 첫 공식 행보는 단순한 방문이 아니다. 그것은 초심을 잊지 않겠다 는 다짐이며, 한국차인연합회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정체성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하는 선언이다. 전통 위에 현대를 세우고, 일상 속에 철학을 녹여내는 길. 그것이 차인이 가야 할 길이며, 그 시작점이 울산이라는 것은 상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이번 방문은 울산의 차인들에게도 큰 기대를 품게 한다. 오랜 시간 지역에서 묵묵히 차 문화를 지켜온 울산차인들은 이번 방문이 울산의 차 문화와 전통을 더욱 널리 알리고, 세대와 지역을 넘어 차 문화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중앙회와의 활발한 교류 속에서 울산이 대한민국 차 문화 발전의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크다.
이번 방문이 울산차인연합회와 한국차인연합회의 교류를 넘어, 차 문화의 본질을 되새기고 전국적으로 그 가치를 확산시키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첫 걸음 은 늘 조심스럽고 무겁지만, 그렇기에 가장 큰 울림을 남긴다. 그 울림이 오래도록 이어져 한국 차 문화의 깊은 뿌리로 남기를 바란다.(글 박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