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차향처럼 깊은 우정, 단비처럼 고마운 마음
– 귀한 차 한 잔에 담긴 위로와 연대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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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5-03-28 0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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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아트포커스 박준섭)
차향처럼 깊은 우정, 단비처럼 고마운 마음
– 귀한 차 한 잔에 담긴 위로와 연대의 시간 –
以茶會友(이다회우), 차로 사람을 모은다는 말처럼
깊은 인연을 지닌 도반들과 귀족의 차로 불리는 백호은침차를 음다하며, 조용한 찻자리에 마주앉았다.
오랜 세월을 함께 걸어온 이들과의 차담은 언제나 그러하듯 고요하고 깊었다.
얼마 전 울산에서는 산불이 발생해 마치 전쟁 같은 사투가 이어졌다.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불길과 싸우며 지역을 지켜낸 모습은
그 자체로 큰 감동이었다.
그 고단한 시간을 떠올리며, 함께한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다행히도 하늘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았다.
적시에 내린 단비는 모두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해가 저물고 비가 조용히 내리는 저녁,
무게감 있는 도반들과 마주한 찻자리는 오히려 밝고 따뜻한 분위기로 피어났다.
첫 잔을 들이키는 순간, 은은한 꽃향기와 함께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입 안에 퍼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향과 맛은 점점 더 깊어졌다.
찻잔을 사이에 두고 나눈 이야기 또한 그러했다.
차를 마실수록 입안에 남는 은근한 단맛처럼,
도반들과의 대화도 진하고 아련했다.
오랜 인연이 있기에 가능한 진심 어린 대화,
그 시간이 어느덧 발걸음을 재촉하는 순간이 되었을 때,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를 하나씩 품고 있었다.
중국 속담에 사람이 떠나면 찻잔이 식는다 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날의 차, 이날의 만남은
식지 않는 향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그 따뜻한 기운이 영원한 우정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차향이 사라지기 전에 이 마음을 글로 담는다.
팽주의 넉넉한 마음 또한, 이 아름다운 시간의 품격을 더욱 깊게 해주었다.
그 마음에도 깊이 감사드린다.(울산아트포커스 박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