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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름이 머물다 간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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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5-04-2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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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아트포커스-박준섭)


이름이 머물다 간 자리에서


이름을 짓는다는 일은


그저 글자 몇 개를 조합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사주와 운의 흐름을 따라가며,


어떤 소리와 뜻이 그 삶에 어울릴지를 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


마치 나뭇가지 위에 새가 앉기를 기다리듯,


그 사람의 인생 위에 이름 한 자를 머물게 하는 일입니다.


얼마 전, 아는 지인의 부탁으로 따님의 이름을 지어드렸습니다.


사주의 음양과 오행을 풀고, 기운의 결을 따라


일곱 가지 이름을 정성껏 추렸습니다.


하나하나의 이름마다 마음을 얹었습니다.


이름이 그 삶의 첫 문장처럼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며칠 뒤, 소식이 왔습니다.


딸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네요. 개명은 하지 않겠대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마음이 잠시 내려앉았습니다.


이해는 했지만, 조용한 서운함이 찾아왔습니다.


이름은 선물일 수도 있지만, 결국 선택받아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것이기에.


내가 건넨 이름이 마음에 닿지 못했다는 사실은,


작은 안타까움으로 오래 남았습니다.


며칠 뒤, 지인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죄송해요. 이름이란, 결국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니까


본인의 마음이 먼저 열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이름임은 알지만,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의미도 온전히 빛나지 않잖아요.


그 한마디가 오히려 제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그래요. 이름은


지어주는 사람의 안목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 이름을 살고, 부르고, 마음에 품을 사람의 감성이 더 중요하지요.


나는 작명가입니다.


하지만 이름을 완성하는 이는 결국 그 이름을 살아갈 사람입니다.


이름은 때로, 준비된 마음 위에 조용히 내려앉는 한 송이 바람이어야 하기에,


거기까지 닿지 못한 내 이름들은


그저 그 자리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진심은,


언젠가는 닿는다고 믿습니다.


이름처럼, 때가 되면 불릴 날이 올 테니까요.


다만, 한 가지는 덧붙이고 싶습니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결코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밤의 고민과 사주의 결을 읽는 치열한 사유,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작명을 요청해놓고, 정작 그 무게를 헤아리지 못한 채


단순한 취향이나 기분에 따라 쉽게 외면해버린다면—


그건 작명가의 마음뿐 아니라,


그 이름이 담고자 했던 가능성까지도 저버리는 일일 수 있습니다.


이름은 인생의 앞자리에 놓이는 등불입니다.


그것을 부탁하는 마음에도,


거기에 응답하는 노고에도


서로를 향한 존중이 깃들어야 합니다.


역지사지


내 인생에 누군가 등불을 달아주려 한다면


그 정성에 먼저 귀 기울이는 것이


이름을 맞이하는 올바른 태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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