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Landscape from 052 – 울산 미술의 확장과 유영(游泳)
울산의 미술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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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5-03-08 17: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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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아트포커스 [칼럼] Landscape from 052 – 울산 미술의 확장과 유영(游泳)
울산의 미술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중구문화의전당 기획전시 〈Landscape from 052 – Part. 2 유영하다, 모여 넘실대다〉를 관람하며,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052라는 지역번호가 상징하듯, 울산에서 시작된 혹은 울산과 관계를 맺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전시가 단순히 '울산 출신' 혹은 '울산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만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시는 오히려 울산이라는 도시가 작가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 관계 속에서 어떤 작품들이 태어났는지를 탐색한다.
울산, 개방성과 흐름의 미술
울산은 개방적인 도시다. 조선업, 자동차 산업, 정유산업과 같은 거대한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외부 인력이 유입되고, 산업과 문화가 맞닿아 변주를 거듭한다. 그만큼 울산의 미술도 정체되지 않고 유동적이다.
전시 작품들을 둘러보면서 이런 개방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작품들은 어떤 고정된 지역성이나 특정한 양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한 작가의 작품에서는 도시의 산업적 풍경이 추상적으로 녹아 있었고, 다른 작품에서는 바다와 강이 만들어내는 흐름이 서정적으로 표현되었다. 또 어떤 작품은 울산이라는 도시가 지닌 기억과 흔적을 마치 시간의 층위처럼 쌓아 올리고 있었다.
'유영하다, 모여 넘실대다'라는 전시 부제처럼, 울산의 미술은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유영하며 서로의 영향을 주고받고 있었다.
울산 미술의 확장성
그렇다면 울산 미술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이 전시는 그 경계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흔히 특정 지역의 미술을 이야기할 때, 그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들의 작품을 떠올린다. 그러나 〈Landscape from 052〉는 지역과 미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울산에서 작업하는 작가'만이 아니라 '울산과 관계를 맺고 있는 작가', 혹은 '울산이라는 장소가 작업에 영향을 미친 작가'까지도 그 범위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는 단순한 확장이 아니다. 울산이라는 도시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흐름 속에 존재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이 공간 속에서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울산과 관계를 맺고, 그것이 작품으로 드러난다. 울산 미술의 미래는 바로 이러한 확장성과 유동성 속에 있을 것이다.
예술의 흐름 속에서, 다시 울산을 보다
전시를 마치고 나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울산 미술'이란 결국 특정한 스타일이나 장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울산이라는 공간이 창작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고, 작품 속에 녹아나는지를 탐색하는 과정 그 자체가 아닐까?
이번 전시는 울산 미술이 단순히 지역적 특성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열린 태도로 다양한 시각과 감각을 받아들이며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확장이야말로 울산 미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울산(052)에서 비롯된 예술적 풍경을 감상한 이 시간, 우리는 다시금 울산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박준섭 기자)